일렉기타 독학 시리즈 · 17편
앞선 16편에서 F 바레코드까지 잡을 수 있게 되면서, 이제 웬만한 코드는 손이 기억하기 시작했을 겁니다. 그런데 코드를 하나씩 아는 것과, 코드들이 왜 그 순서로 이어지는지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. 곡을 들으면 "여기서 이 코드로 넘어갈 것 같은데" 하는 감이 생기는 사람과, 매번 악보만 쳐다보는 사람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갈립니다.
그 감의 정체가 바로 코드 진행(chord progression)입니다. 좋은 소식은, 대중음악·록·블루스 진행 대부분이 몇 개의 단순한 규칙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입니다. 그 규칙의 뿌리가 다이어토닉 코드와,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I·IV·V(1도·4도·5도)입니다. 이 세 코드만 이해하면 수많은 곡의 뼈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.
이번 편에서는 ① 하나의 키 안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코드들(다이어토닉), ② 그중 가장 중요한 I·IV·V, ③ 이를 곡의 키와 무관하게 표기하는 로마숫자, ④ A키를 예로 든 12마디 블루스(A·D·E)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.

"키(key)"란 어떤 곡이 어느 음을 중심(으뜸음)으로 도는지를 말합니다. A장조라면 A음이 중심이고, 그 곡에 쓰이는 음들은 A장조 스케일의 7개 음(A · B · C♯ · D · E · F♯ · G♯)입니다.
이 7개 음 위에서 한 음씩 걸러(3도씩 쌓아) 코드를 만들면, 그 키에 "속하는" 7개의 코드가 자동으로 나옵니다. 이렇게 스케일 안의 음만으로 만들어진 코드를 다이어토닉 코드(diatonic chords)라고 부릅니다. 억지로 외우는 게 아니라, 스케일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코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.
핵심은 장조에서는 코드의 성질(장/단/감) 순서가 어느 키에서나 똑같다는 점입니다.
| 자리 | 1 | 2 | 3 | 4 | 5 | 6 | 7 |
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
| 성질 | 장(Major) | 단(minor) | 단(minor) | 장(Major) | 장(Major) | 단(minor) | 감(diminished) |
| 로마숫자 | I | ii | iii | IV | V | vi | vii° |
A장조에 적용하면:
| 로마숫자 | I | ii | iii | IV | V | vi | vii° |
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
| 코드 | A | Bm | C♯m | D | E | F♯m | G♯dim |
즉 A장조 안에서는 A · Bm · C♯m · D · E · F♯m · G♯dim 이 7개 코드가 한 가족처럼 어울립니다. 이 가족 안에서 코드를 골라 이으면 대개 "자연스러운" 진행이 됩니다.
7개 다이어토닉 코드가 다 중요하지만, 실제 곡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건 밝고 안정적인 세 개의 장(Major)코드, 즉 I·IV·V입니다. 각각 스케일의 1번·4번·5번 음 위에 세워진 코드라서 1도·4도·5도라고 부릅니다.
A장조에서 I·IV·V = A · D · E. 이 세 코드는 초보자에게도 특히 반가운 조합입니다. 오픈코드 A, D, E는 잡기 쉬운 편이고, 기타 6·5·4번(가장 굵은 세 줄)의 개방현 음이 바로 E · A · D라서 A키의 I·IV·V가 손과 귀에 잘 붙습니다.
A(1도) → D(4도) → E(5도) 오픈코드를 각각 4번씩 천천히 쳐서 소리를 기억합니다.
A(4박) → D(4박) → A(4박)를 반복합니다. "집(A)에서 나갔다(D) 돌아오는" 느낌을 귀로 잡습니다.
A → D → A → E 순서로 이어, E(5도)에서 생기는 "빨리 A로 돌아가고 싶은" 긴장감을 확인합니다. 이 해결감이 잡히면 코드 진행의 절반은 이해한 것입니다.
I·IV·V처럼 숫자로 코드를 부르는 이유는, 키가 달라져도 진행의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. "A · D · E"는 A키에서만 통하지만, "I · IV · V"는 모든 키에 통하는 공용어입니다.
같은 I·IV·V 진행을 키만 바꿔 옮기면:
| 진행 | I | IV | V |
|---|---|---|---|
| A키 | A | D | E |
| G키 | G | C | D |
| C키 | C | F | G |
| E키 | E | A | B |
밴드에서 "이 곡 I-IV-V 블루스야"라고 하면, 키가 A든 E든 각자 그 키의 1도·4도·5도를 잡으면 됩니다. 그래서 로마숫자는 진행을 키와 분리해서 이해하고, 곡을 다른 키로 옮기는(이조) 데 필수인 개념입니다. 지금은 "숫자 = 그 키 스케일의 몇 번째 음 위 코드"라는 것만 확실히 잡아두면 충분합니다.
12마디 블루스(12-bar blues)는 대중음악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진행 틀 중 하나로, 이름 그대로 12개의 마디를 I·IV·V 세 코드만으로 채웁니다. 록·블루스·초기 로큰롤·컨트리의 뼈대이며, 이 하나를 익히면 수많은 곡을 따라 칠 수 있습니다.
가장 표준적인 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(4/4박자, 한 마디당 4박).
| 마디 | 1 | 2 | 3 | 4 | 5 | 6 | 7 | 8 | 9 | 10 | 11 | 12 |
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
| 로마숫자 | I | I | I | I | IV | IV | I | I | V | IV | I | I |
| A키 코드 | A | A | A | A | D | D | A | A | E | D | A | A |
읽는 법:
"A A A A / D D A A / E D A A"를 입으로 말하며 손으로 짚습니다.
60bpm에서 마디마다 4번씩 스트로크. 코드 바뀌는 지점(4→5마디, 8→9마디)을 놓치지 않게 미리 익힙니다.
처음엔 멈춰도 됩니다. 목표는 12마디를 돌아 다시 1마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입니다.
블루스에서는 A7·D7·E7 같은 도미넌트 7th 코드를 자주 씁니다. 우선 기본 A·D·E로 진행을 몸에 익힌 뒤 색을 더하세요.
지금 배운 I·IV·V와 12마디 블루스를 화면에서 눈·귀로 확인하며 반복하세요.